CEO
CEO&Leadership
C-LEVEL
VIEW
FOCUS
TIME
INNOVATION
MANAGEMENT
REVIEW
SPECIAL REPORT
VIVID
LIFE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 경영에세이 “오직 구성원 채용과 신사업만 결정, 나머지는 모두 구성원들이 한다”
사진 이재범
지난 8월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과 나눈 대화를 경영에세이 형식으로 전제한다. 구성원에게 90도 직각으로 인사하는 모습이 적잖이 놀라운 82세 구자관 책임대표사원의 경영 철학과 비전, 생각, 전략 등을 두루 들어보자. 첨언하자면 구성원들을 향한 특급 믿음과 존중, 무한 책임의식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매사에 당당하고 도전적인 인품은 여전했다. 기업과 사회, 선순환과 동반성장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의 경제력은 말 그대로 힘(力)이다. 힘을 키우기 위해 기업의 역할은 중요하다. 정해진 영역에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경제활동은 목장에 비유할 수 있다. 기업과 젖소는 닮은꼴이다. 젖소는 우유를 짜기 위해 키운다. 이를 위해 농장주(국가)는 초지 등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우유의 품질을 높이고 생산량도 늘린다. 젖소가 질 높은 우유를 생산하면 다시 목장 환경 조성에 재투자한다. 농장마다 차별화된 제품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처럼 기업은 기업 활동을 통해 얻은 이윤의 일정부분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사회공헌으로 연결한다. 기업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기업인들은 경영 활동에 더 매진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사회공헌도 늘려 사회 발전에 더 기여한다. 도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경영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열정, 기업가정신이 발현될 수 있는 더 나은 환경이 앞으로도 조성되고 확충되길 기대한다. 절대 다수의 기업인들은 구성원들과 함께 기업을 올곧게 성장시켜 인류에 공헌하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과 담대한 비전을 품고 있다. 이런 열정들과 비전들이 모여 상승작용을 하면 대한민국 경제는 더 알찬 성장을 이룰 수 있다. 회사를 성장시키는 단단한 뿌리 삼구아이앤씨는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생구조 덕분에 지속성장이 가능하다. 결국 기업의 구성원이 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정체되거나 내리막길을 걸으면 가장 먼저 구성원들이 떠난다. 구성원을 잘 만난 덕에 삼구는 위기는 있어도 내리막길을 걷지 않았다. 꾸준히, 성실하게 걸어왔다. 삼구를 성장시킨 원동력은 다름 아닌 ‘구성원’이다. 맨손으로 시작했던 우리 업(業)을 구성원들이 합심해 지금의 성과를 이뤄냈다. 50여 년간 우리만의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 이것이 오늘날 가장 큰 자산이다. 특별한 자산인 만큼 각별히 관리한다. 오로지 공개채용을 통해 본사 구성원을 충원한다. 총괄대표도 공채를 통해 입사했다. 공채로 입사하지 않으면 임원도 될 수 없다. 현재 총괄대표는 공채 7기로 입사했다. 지금까지 41기까지 공채를 실시했고, 하반기 42기 채용을 준비 중이다. 약 20명을 채용하는데 1천여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나날이 고공행진 중이다. 자랑이지만 삼구 구성원은 현장에서 먼저 찾는 ‘일류’다. 이들이 전문가로 인정받기까지에는 구성원간 협력 그리고 기업문화가 있었다. 함께 만드는 성과가 그들을 일류로 만들었다. 기업은 구성원이 일류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삼구의 근본은 구성원들이고 이들이 삼구를 성장시켰다. 우리는 다른 기업을 압도하는 특별한 기술도, 인프라도 없다. 단 공채를 통해 가능성 높고 잠재력 풍부한 인재를 충원해 적절한 근무환경을 제공했고 이런 환경에서 구성원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회사를 성장시키는 선순환 경영을 뿌리내렸다. 그런 문화가 오랫동안 응축되면서 삼구의 독특한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도 훌륭한 구성원들이 함께할 것을 기대한다. 또 더 견고한 성장을 이룰 것이다. 꽃물처럼 물들어 지워지지 않아야 진짜 문화 삼구에는 회장이나 부회장이 없다. 대신 책임대표사원이 있다. 경영은 총괄대표가 담당한다. 주변에서 가끔 책임대표사원은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대단한 것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이를 소사라고 한다. 그런 일을 한다. 기업은 CEO가 만들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만들고 성장시킨다. 필자는 현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여사님과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성심껏 일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한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도록 뒷바라지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구성원들을 생각하면 게으를 수도, 자만할 수도 없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매주 월요일 오전 6시 20분에 업무 공유를 위한 화상회의를 한다. 멤버는 총괄대표를 비롯한 주요 보직자 등이다. 반드시 시간을 엄수해야 참석할 수 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참석은 하되 회의에서 어떠한 의견도 개진하지 않는다. 경청만 할뿐이다. 이것이 책임대표사원의 역할이자 삼구의 기업문화다. 책임대표사원이 내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딱 두 가지다. 신사업과 본사 구성원 채용이다. 이외 구체적인 회사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단 한 번도 전표에 사인해 본 적이 없다. 기업과 구성원을 대표하는 도전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 좋은 결과는 성과로 빛을 낸다. 성과는 모든 구성원, 그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나눈다. 다만 모든 일이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보통 기대보다 못한 성과로 쓴맛을 얻게 될 때 조직의 리더가 그 책임을 진다. 결정이 중대할수록 책임의 무게는 무겁다. 신사업도 마찬가지다. 만일 사업을 하는 사람마다 모두 성공한다면 이 세상에 종업원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인은 M&A나 신사업을 할 때 리서치와 시장조사 등을 철저히 진행한 후 외부에 컨설팅을 맡기고 변호사에게 법률상담도 받는다. 성공확률이 적정선에 도달하면 추진하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한다. 그런 엄격한 과정을 거쳐도 일반적으로 신사업의 성공확률은 1%를 상회하지 못한다. 실패 확률로 도전조차 하지 못한다면 성장은 불가하다. 그렇기에 경력을 쌓아온 주역이 무리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책임대표사원이 존재한다. 현장에서도 동일하다. 현장 구성원만이 오롯이 책임을 부담하는 일이 없도록 삼구가 존재한다. 이처럼 회사의 모든 책임을 대표해 지는 사원이라는 의미에서 책임대표사원이라는 직함을 사용한다. 삼구에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또 하나의 특별한 기업문화가 있다. 문화는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다. 꽃물처럼 물들어 지워지지 않아야 진짜 문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들어 세탁을 해도 지워지지 않아야 한다. 문화는 긴 세월을 통해 만들어진다. 우리는 매년 공채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업문화가 형성됐다. 그리고 가장 명징한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사람이 중요한 기업인만큼 인사에 책임을 지기 위해 최종 면접에 참여한다. 40여 년 째 ‘미라클 모닝’, 신용을 지키는 작은 습관 이른 아침 일어나 독서, 운동 등 자기계발 하는 것을 ‘미라클 모닝’이라 부른다. 주변의 방해 없이 오롯이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미디어를 통해 유행처럼 번졌다. 어쩌면 필자는 트렌드 리더(Trend Leader)였을지도 모른다. 40여 년 전부터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 운동한다. 베란다로 나가 제자리 뜀뛰기 300회, 팔굽혀 펴기 50회, 다시 제자리 뜀뛰기 300회를 한다. 이렇게 운동을 마치면 숨이 막혀 한 발 내딛기도 힘들다. 규칙적인 생활은 어렵지 않다. 다만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하루도 빠짐없이 습관처럼 실천해도, 저절로 몸이 움직이진 않는다. 조금이라도 더 눈을 붙이고 싶은 날이 대부분이다. 그저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참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신뢰와 신용을 기반으로 성장한 만큼 삼구가족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자신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준비를 마치고 6시쯤 집을 나서 조찬 특강에 참석한다. 한 달에 약 18일 정도, 주간 회의가 있는 월요일과 주말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참석한다. 부지런히 조찬 교육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다. 구성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다. 경영을 하며 가장 필요한 것이 구성원들 간의 소통이라는 사실을 절감했고 학교교육에서 토론과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공채면접 시 질문의 요지를 잘 이해하고 답변하는지를 가장 유심히 살핀다. 또 다른 예로 구성원 중 한 사람이 중요한 보고나 건의를 했다고 하자. 이해를 하지 못해 핀잔을 주거나, 무대응하거나, 동문서답한다면 그 구성원은 이후 다시는 그런 보고나 건의를 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로는 신사업이나 혁신을 실기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소통이 부족하거나 부적절하면 기업에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돌출하고 이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면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조찬 특강에 참석해 다양한 지식과 트렌드 등을 익히고 고급정보를 수집해 적극 의사소통에 활용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화한다. 그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거나 뒤처지면 경영에 심각한 위기가 닥쳐올 수 있고 당면한 과제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물론 구성원들과의 불통으로 인해 내부균열도 생길 수 있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새벽부터 열심히 운동하고 조찬 교육에 참석한다. 지금까지 대학교 등에서 주관하는 70여개 이상의 최고위과정을 수료했고 지금도 저녁에 몇 군데 다닌다. 최고위과정에 참여해 멤버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을 즐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과의 긴밀하고 원활한 소통을 통해 삼구를 더 알차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기업은 개인의 힘으로 키워갈 수 없다.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야만 원활히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소통이다. 결코 경영진의 의견이 정답은 아니다. 더 뛰어난 해답은 협력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고, 더 나은 해결방안을 찾을 때 발견된다. 위탁 관리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 삼구의 시작은 화장실 청소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었다. 사무실 얻을 돈도 없었다.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찾아낸 일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화장실 청소였다. 1968년 창업 당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한창 추진되며 서울에 빌딩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빌딩에서 근무하는 화이트칼라가 등장했다. 당시에는 구내식당이 없어 화이트칼라들이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그런데 아직 빌딩 근처 식당들의 영업환경이 열악했다. 그중에서도 불만이 가장 높았던 부분이 바로 화장실이었다. 이를 눈여겨본 후 식당 주인들에게 화장실 청소를 맡겨달라고 부탁해 겨우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염산을 사용해 특별한 세제를 만들었다. 노하우를 총동원해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하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일거리가 늘어났다. 그렇게 화장실 청소에서 큰 성과를 내자 식당주인들이 식당 청소도 맡아 달라고 간청했다. 그런데 막상 행색이 초라한 청년에게 곳간 열쇠를 맡기려니 걱정이 앞선 모양이었다. 얼마 후 식당주인 몇 사람이 회사를 만들면 식당 청소를 맡길 수 있다고 귀띔했다. 무작정 대서방(지금의 대서소)을 찾았다. 원하는 기업, 신용·신뢰·사람을 갖추면 된다는 의미를 전하니 갖출 구(具)를 담아 삼구(三具)로 정해졌다. 이렇게 법인을 만들어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화장실 청소에서 시작한 삼구는 종합 부동산, 생산·제조, 물류, F&B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위탁 관리 전문 기업으로 당당히 성장했다. 회사가 조금씩 성장하니 창립기념일이 필요했다. 1976년에 법인을 설립했으니 그날이 창립기념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을 처음 시작한 날이 창립기념일이라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창립기념일을 정하기 위해 기억을 더듬었다. 1967년에 제대하고 이듬해부터 시작했으니 시작한 해는 1968년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을 처음 시작한 정확한 날짜를 기억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손이 시렵지 않았고 발이 시렵지 않았던 어느 봄날’에 청소를 시작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겨울에는 워낙 추워 화장실 변기를 청소할 수 없었고 여름은 아니니 봄이 맞았다. 그래서 5월로 잡았다. 문제는 날짜였다. 정확한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고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존경하는 분들을 기념하는 날, 스승의 날이 떠올랐다. 알고 보니 5월 15일은 세종대왕탄신일이었다. 너무도 뜻 깊은 날을 회사 창립기념일로 정했다. 1968년 5월 15일은 그렇게 특별한 의미를 품고 삼구의 창립기념일이 됐다. 구성원들과 고객사에 잘해야 한다는 교훈 되새기다 1944년에 태어나 1년 정도 일제시대를 겪었다. 이후 6.25전쟁, 4.19혁명, 5.16군사정변, 5.18민주화운동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았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 어려운 시절들을 이겨냈는지 모르겠다. 원래 부잣집 아들이었다. 마당에는 마차가 있었고 아버지는 그 당시 아무나 탈 수 없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어머니는 영국제 고급 재봉틀을 사용했다. 6.25전쟁 이후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6.25전쟁 때 피난을 가지 못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이 수복되자 전 재산을 몰수한 인민군은 아버지를 강제로 끌고 후퇴했다. 일대 지리에 밝은 아버지는 절벽 근처에 도착하자 배가 아파 대변을 보고 금방 뒤따르겠다고 둘러댄 후 대열에서 이탈해 곧바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려 도망쳤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며칠 후 다시 국군에게 붙잡혀갔다. 총살 위기에 몰렸을 때 동네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전쟁 전부터 이후까지 동네 주민들 살림을 도왔던 아버지였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사실대로 주민들이 직접 탄원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결국 아버지는 동네 주민들 덕분에 생사의 갈림길에서 구사일생으로 석방됐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늘 구성원들과 고객사에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긴다. 아버지가 동네 주민들에게 선처를 베풀어 살아났듯이 구성원들과 고객사 덕분에 삼구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절대 인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그런 교훈을 가슴에 새기기 위해 아버지를 초대 사장으로 모셨다. 아버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늘 최선을 다하고 절대 속이지 말며 무한신뢰를 쌓으라는 교훈을 몸소 가르쳤다. 구성원들이 배부르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사명이자 책임 휴전 이후 가세가 완전히 기울었다. 비가 오면 집안 곳곳에 비가 샜다. 다리가 불편해 제대로 걷지 못한 어머니는 비 오는 날이면 힘겹게 몸을 움직여 집에 있는 양동이 등 물을 받을 수 있는 용기들을 모아 비가 새는 곳에 두느라 분주했다. 1960년대 초에 라면이 처음 출시됐다. 고기 육수가 기본이라 감칠맛에 인기가 있었다. 집에 가면 어머니가 라면을 자주 끓여 주셨다. 나중에 알았다. 아들에게 고깃국을 끓여주고 싶던 어머니는 형편상 고기를 사 먹이지 못하자, 대신 고기맛 국물의 라면을 끓여주셨다. 그 사실을 친척 어른으로부터 전해 듣고 한없이 눈물이 흘렀다. 6.25전쟁 때문에 아버지도 어머니도 우리 형제들도 참으로 모진 세월을 견디며 이겨내야 했다. 어머니는 무학이다. 외갓집이 잘살았지만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래도 어머니는 신문을 읽었고 한문으로 편지를 썼다. 당시 글을 깨우치지 못한 많은 어머니들이 군대 간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대서방을 드나들었지만 어머니는 직접 편지를 쓰고 우편으로 보냈다. 나중에 부엌에서 부지깽이로 한 글자, 한 글자 익히며 글을 깨우쳤다고 들었다. 의지가 강해 독학으로 공부했고 편지로 자식들과 소통했다. 어머니는 매우 엄격했다. 7남매를 키운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정직을 가장 강조했다. 예전에는 서리가 흔했다. 아이들이 주인 몰래 수박이나 복숭아 등을 훔쳐 먹었고, 그런 행동이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이웃집 개복숭아를 몰래 따먹다 그만 어머니에게 들켰다. 닥나무 한 움큼을 집어 들고 방으로 끌고 간 어머니는 방과 통하는 모든 문을 숟가락으로 걸어 잠그고 때렸다. 엄청나게 아팠다. 죽는 줄 알았다. 자지러질 듯한 울음소리에 동네 주민들이 겨우 뜯어말려 어머니의 훈육을 멈췄다.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그날 이후부터 지금까지 절대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정직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허기를 이기지 못해 쓰러졌다. 선생님 사택에서 죽을 먹고 겨우 기운을 차려 귀가했다. 이튿날 아침이었다. 보릿고개라 쌀을 구하지 못한 어머니는 조밥으로 아침을 차렸다. 먹음직스러웠다. 밥상으로 달려들어 먹고 있을 때, 밖에서 외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어머니는 먹다 남은 조밥을 밥상 아래로 얼른 치웠다. 나중에 안 사실이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먹이기 위해 새벽에 외할아버지 조밭에 몰래 들어가 조를 꺾어 아침을 차렸다. 아이들이 굶고 있다며 외할아버지에게 쌀을 꿔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자존감이 강한 어머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날 등교하며 어머니가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머니는 그런 분이었다. 자식이 도둑질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해도 자식이 굶고 학교 가는 것은 두고 볼 수 없어 도둑질을 할 수 있는, 그렇게 사랑이 넘쳤다. 양친에게서 배운 삶의 지혜를 적극 실천하고 그런 양친의 절절한 마음이 또 자연스럽게 삼구에 스며들었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배부르도록 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사명이자 책임이다. 누차 강조한다. 구성원들과 고객사가 가장 중요하다. 구성원들과 고객사가 없으면 삼구는 존재할 수 없고 여기까지 성장하지 못했다. 삼구를 성장시킨 일등공신은 구성원들과 고객사다. 고객사가 삼구에 일을 맡기고 모든 구성원들이 신뢰와 신용을 쌓아 나에게도 월급을 준다. 삼구의 조직도는 다른 회사와 다르다. 맨 위에 고객사와 현장 구성원들이 있고 그 밑에 본사 구성원들과 필자가 있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 이유, 아는 만큼 소통하는 리더 AI를 활용해 살아남을 것이냐, 지배당할 것이냐, 이런 선문답 같은 질문들을 자주 듣는다. 결론적으로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하는 일에 윤활제를 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조찬모임과 최고위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AI다. 아직도 AI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고민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AI를 공부하고 접목시킬 방안을 모색한다. 개인적으로 챗GPT와 제미나이(Gemini) 등 다양한 생성형 AI를 지속적으로 접하기 위해 노력한다. 교수들의 AI강의가 어렵지만 배우는 자세로 AI공부에 정진한다.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AI라 다른 트렌드에 비해 제 속도를 맞춰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 진학해 젊은 청년들과 배움의 길을 걸었다. 어릴 적 채우지 못한 ‘배움의 굶주림’의 영향도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구성원과 소통’이다. 요즘 세대는 창업, 고시 등을 목표한 게 아니라면 하나같이 대학 졸업장을 딴다. 그만큼 기본 지식을 갖춘 지식인이다. 우수한 구성원이 입사했다면, 그들의 역량을 계발하고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것은 ‘회사의 몫’이다. 그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리더에게 누가 똑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싶겠는가? 소통이 가능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기 때문에 필자는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필자는 구성원들을 믿고 구성원들 역시 나를 믿을 것이다. 삼구는 신용과 신뢰의 공동체다.
입력 2025. 09. 30. 05:32 AM
인기 있는 콘텐츠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