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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과 6월, 그 어느 시점에
5월과 6월은 힘겨웠다. 손발이 떨릴 지경이었다. 이유는 잘 모른다. 알고 있다고 해도 입 밖으로 내놓기 싫은 것일 수도 있다. 드러난 맨몸을 만나야 했고, 흔들린 정체성에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또 눈부신 도발과 앙상한 욕망을 동시에 맛봤고, 한동안 탐스런 장미가 흐릿하게 보였다. 그나마 오래된 친구와의 소주 한 잔이 큰 위로였다. 글/사진 화성인 ##드러난 맨몸 무엇 때문이었을까. 내내 드러난 맨몸으로 살아가는 것 같았다. 맨몸을 가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절대 가릴 수 없었다. 모두 나의 실체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때로는 더 화려한 옷을 입기도 했고, 진한 향수를 뿌리기도 했다. 그래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치욕만 더 깊어질 뿐이었다. ##흔들린 정체성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가. 왜 자고, 일어나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 가. 왜 음식을 가리고, 일을 하는가. 나의 존재를 전혀 알 수 없었고 숨어살고 싶다는 욕망에 절망감을 느꼈다. 한번 흔들린 정체성은 좀체 바로잡기 힘들었다. 지금도 가끔 그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눈부신 도발 때때로 뒤처진다는, 정체된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맛본다. 그럴 때는 의도적으로 더 대범해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도, 감당하지도 못한 대찬 도발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눈부신 도발의 끝은 늘 후회와 반성이다. 함께해준 이들을 실망시킨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갑갑하다. ##앙상한 욕망 욕망은 뜨겁다. 젊음을 느끼고 희망을 맛본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늘 분주하게 누비고 큰 건수를 찾으면 무섭게 질주한다. 그러나 그런 앙상한 욕망은 늘 외롭고 서글프다. 긴 갈증을 느낀다. 젊을 때 동네 우물에 빠져 죽은 아이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지금 편히 쉬고 있을까. #흐린 시선 어느 날인가. 모든 것에서 벗어나 온전히 혼자의 시간을 갖기 위해 사무실 인근 소공원으로 피신했다. 핸드폰 전원까지 꺼버리니 평온, 그 자체였다. 공원 의자에 앉아 앞에 쭉 펼쳐진 붉은 장미 넝쿨을 멍하니 바로 보았다. 그런데 시종일관 흐린 장미만 시선에 들어왔다. 붉은 장미의 본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래된 친구 견딜 수 없었다. 6월 어느 날, 오래된 친구를 만나 초저녁부터 소주 한잔을 나눴다.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동안 쌓인 모든 피로가 일순간에 사라지는 신세계가 열렸다. 그 친구 덕분에 5월과 6월, 그 견디기 어려웠던 시간을 이겨내며 7월을 맞이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세월은 견디며 살아내는 것인가 보다.
입력 2025. 06. 23. 22:5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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